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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포스트휴머니즘과 인간의 교육2020-03-14 13:57
작성자 Level 10


이 책은 인간과 휴머니즘에 관한 관심과 관점에서 지난 2년여 동안 집필한 논문들을 묶은 논집이다. 우선 제I부에서는 인간을 기계적 존재로 이해하였던 사례들을 교육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교육학은 전통적으로 신 또는 동물과의 비교를 통해 인간의 교육적 본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교육의 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한 논거들을 구성하여 왔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새로운 비교 대상, 즉 기계(류)가 등장하면서 교육적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인간은 전례 없이 유능하고 쉼 없이 학습하는 기계와 비교되기에 이르렀고, 심지어 그러한 기계적 시스템의 일부 혹은 기계와 섞인 혼종적 존재가 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21세기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인간을 기계적 관점에서 규정하려는 시도는 시계와 해부학으로 은유되는 17세기 교육학의 담론들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이후에 펼쳐진 교육학의 역사에서 인간신체의 기능적 부품화라는 관점으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제I부에서는 이와 관련된 몇몇 사례들을 소개하고, 인공지능과 뇌과학이 빈번히 회자되는 오늘날의 맥락에서 이러한 현상의 교육학적 의미를 성찰하였다.

제II부에서는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경계로 장을 옮겨 논의를 이어간다. 우선 1980년대에 최초로 제기되고 최근 다양한 학계에서 중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인간관을 고찰하되, 이것을 인간의 기능주의적 환원 그리고 완전을 향한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세기말 유럽 지성계·언론계에서 큰 논쟁을 야기하였던 이른바 “슬로터다이크-스캔들”(1999)을 중심으로, 다양한 휴머니즘들 사이에서 그리고 전통적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사이의 경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학적 논의를 소개한다. 이러한 경계적 논의들이 교육학적으로 유의미할 뿐 아니라 이에 관한 고찰이 불가피한 이유는, 이러한 논쟁들 속에 휴머니즘과 교육의 종언에 관한 담론들이 포함되어 있고, 아울러 모종의 새로운 휴머니즘의 탄생에 대한 예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교육학은 이러한 철학적 논쟁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 서 있었지만, 이제는 이에 관한 교육학계의 관심이 점증하고 있기에, 해당 논쟁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복기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제III부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의 하위 담론이라 할 수 있는 인간향상론(Human Enhancement)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이른바 BNIC(Bio·Nano·Information Technology, Cognitive Science)의 시대라고 표현되는 오늘날, 포스트휴머니즘에 관한 담론들은 유토피아적 미래에 주목하고, 또 그것이 과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아울러 포스트휴머니즘 일각에는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개선에 관한 전통적 이해 체계인 교육·교육학을 대체할 만한 것으로 유전공학적·생명공학적·기계공학적 인간향상론을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생각이 현실로 이어질지 혹은 어느 정도로 실현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아울러 ‘과학적·미래지향적’이라는 수사가 지난 세기 인류 파국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데 일조하였던 철 지난 우생학의 현대적 부활을 미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향상론이 추구하는 인간학적 지향점과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구조들, 그리고 이것의 사회적·정치적 적절성 여부를 교육학의 관점에서 검토하는 일은 필요하고도 중요하기에, 제III부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것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포스트휴머니즘이 내포하고 지지하는 인간의 기계화에 대한 교육학적 대답의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먼 미래에 인간의 모습이 어떠할지 감히 예견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2019년이라는 시점에 교육의 영역에서 공유되기를 바라는 잠정적 생각들을 여기에 담아 두었다. 

서문 중에서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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